벌통을 이동하고 원하는 자리에 안착시키는 과정을 입식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벌통을 내려놓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벌들이 새로운 환경을 내 집으로 인식하고 안전하게 첫 비행을 마칠 수 있도록 돕는 몇 가지 핵심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1. 운송의 핵심은 환기와 고정
벌통을 옮길 때는 벌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입구(소문)를 막아야 합니다. 이때 가장 위험한 것이 환기 불량으로 인한 고열 폐사입니다.
환기창 확인: 소문을 막더라도 벌통 상단이나 측면의 망사 환기창은 반드시 열어두어야 합니다. 이동 중 벌들이 당황해 날개짓을 하면 통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 벌들이 삶아지는 비극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야간 이동 추천: 가급적 해가 진 후나 이른 새벽에 이동하세요. 벌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온 상태여야 하고, 기온이 낮아 이동 스트레스가 적습니다.
흔들림 방지: 차에 실을 때는 벌집 틀(소초광)의 방향이 차의 진행 방향과 일직선이 되게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급정거 시 벌집끼리 부딪쳐 여왕벌이 다치는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2. 도착 후 즉시 개방하지 마세요
목적지에 도착해 벌통을 설치했다면, 바로 소문을 열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겁니다. 하지만 잠시만 참으세요.
안정 시간: 이동 중에 잔뜩 화가 난 벌들은 소문을 열자마자 튀어나와 공격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벌통을 정해진 위치에 수평을 맞춰 잘 거치한 뒤, 최소 30분에서 1시간 정도 벌들이 진정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입구 가리기: 소문을 처음 열 때 나뭇가지나 풀을 소문 앞에 살짝 걸쳐두면 좋습니다. 벌들이 밖으로 나오면서 평소와 다른 장애물을 보고 "어? 환경이 바뀌었네?"라고 인지하며 주변 지형지물을 익히는 방향 정리 비행(Orientation Flight)을 더 꼼꼼하게 하게 됩니다.
3. 첫 내검은 최소 2~3일 뒤에
벌들이 바뀐 환경에 적응하고 물과 꽃가루를 물어오기 시작할 때까지는 벌통을 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적응 확인: 소문 앞으로 벌들이 활발히 드나드는지 밖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첫 급수: 이동 후에는 벌들이 목이 마를 수 있으니 벌통 근처에 깨끗한 물을 보충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4. 여왕벌의 안부 확인
설치 후 3일 정도 지나면 첫 내검을 합니다. 이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여왕벌이 무사한지, 그리고 여전히 알을 잘 낳고 있는지입니다. 이동 중 충격으로 여왕벌이 사라졌다면(실왕), 벌들이 웅성거리며 날개짓 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날카로워집니다. 이럴 땐 즉시 분양받은 곳에 연락해 조치를 받아야 합니다.
[오늘의 핵심 요약]
이동 시에는 반드시 환기에 신경 쓰고 벌집 틀이 흔들리지 않게 고정해야 합니다.
설치 직후보다는 벌들이 진정된 후에 소문을 열어주세요.
소문 앞에 장애물을 두어 벌들이 새로운 지형을 익히도록 유도하세요.
입식 후 며칠간은 방해하지 말고 외역 활동(꿀/물 채집)을 하는지 관찰하세요.
[다음 편 예고] 벌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면 이제 계절에 맞는 본격적인 관리가 시작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양봉의 시작이자 가장 바쁜 시기인 [6편. 꿀벌의 사계절 관리법 (봄): 산란 촉진과 화분떡 급여 노하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질문] 벌통을 처음 집에 들고 왔을 때, 가족이나 이웃들의 반응은 어떨 것 같나요? 미리 안심시켜줄 준비가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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