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편] 채밀의 즐거움: 생꿀 수확 시기 결정과 위생적인 채밀 프로세스

채밀은 단순히 꿀을 짜내는 작업이 아닙니다. 벌들이 정성껏 모아 수분을 날리고 숙성시킨 '완성된 작품'을 정중히 나누어 갖는 과정입니다. 너무 서두르면 수분이 많아 상하기 쉽고, 너무 늦으면 벌들이 먹어버릴 수 있으니 타이밍이 생명입니다.

1. 채밀 시기를 결정하는 결정적 신호: 밀개(Capping)

벌들은 꽃에서 가져온 꿀의 수분을 날려 보낸 뒤, 장기 보관을 위해 밀랍으로 뚜껑을 덮습니다. 이를 밀개라고 합니다.

  • 숙성 확인: 벌집 틀의 2/3 이상이 하얀 밀랍으로 덮였다면 꿀의 농도가 충분히 진해졌다는 신호입니다. 이때 채밀해야 꿀이 변질되지 않고 진한 풍미를 유지합니다.

  • 수분 함량: 당도계로 측정했을 때 수분 함량이 20% 이하(가급적 18% 내외)여야 고품질의 숙성 꿀로 인정받습니다.

2. 채밀 준비와 위생 관리

식품을 다루는 과정이기에 위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 도구 소독: 채밀기, 꿀 담는 통, 내검칼 등을 깨끗이 세척하고 건조합니다.

  • 이물질 제거: 벌집 틀에 붙은 벌들을 봉솔로 부드럽게 털어내고, 혹시 섞여 있을지 모를 이물질을 꼼꼼히 확인합니다.

  • 밀개 제거(밀밀 작업): 밀랍 뚜껑을 전용 밀밀칼로 얇게 포를 뜨듯 깎아내야 꿀이 원활하게 빠져나옵니다.

3. 채밀기 작동과 원심력의 활용

대부분의 소규모 양봉에서는 원심력을 이용한 수동 또는 자동 채밀기를 사용합니다.

  • 균형 맞추기: 벌집 틀의 무게가 비슷하게 마주 보게 배치해야 채밀기가 덜덜거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돌아갑니다.

  • 속도 조절: 처음부터 너무 세게 돌리면 벌집(소초)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천천히 시작해서 속도를 올리고, 앞면이 어느 정도 빠지면 뒤집어서 반대쪽도 채밀합니다.

4. 수확 후 처리: 여과와 숙성

채밀기 아래로 흘러나온 꿀에는 밀랍 부스러기나 화분 입자가 섞여 있습니다.

  • 여과: 고운 거름망에 2~3단계로 걸러 불순물을 제거합니다.

  • 소분: 거른 꿀은 바로 병에 담기보다 큰 통에 담아 1~2일 정도 가만히 둡니다. 그러면 미세한 거품과 부유물이 위로 떠오르는데, 이를 걷어내고 맑은 꿀만 병에 담으면 훨씬 깔끔합니다.

5. 도시 양봉가의 나눔과 기쁨

직접 수확한 생꿀은 시중에서 파는 꿀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은 맛과 향을 지닙니다. 특히 내 동네 꽃들의 향기가 담긴 꿀을 이웃들과 조금씩 나누어 보세요. "우리 동네 벌들이 만든 꿀이에요"라는 말 한마디면 양봉에 대한 이웃들의 막연한 불안감도 달콤하게 녹아내릴 것입니다.


[오늘의 핵심 요약]

  • 벌들이 밀랍으로 뚜껑을 덮은 숙성된 꿀(밀개된 꿀)을 수확하는 것이 품질의 핵심입니다.

  • 모든 채밀 도구는 사전에 철저히 소독하여 위생적인 환경을 유지해야 합니다.

  • 채밀 시 속도를 조절하여 소중한 벌집 틀이 파손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 수확한 꿀은 충분히 거르고 거품을 제거한 뒤 병에 담아야 상품성이 높아집니다.

[다음 편 예고] 꿀 수확의 기쁨이 지나가면 어느덧 찬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벌들이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돕는 [11편. 꿀벌의 겨울나기(월동): 보온과 먹이 급여, 폐사를 막는 비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여러분은 아까시 꿀, 밤 꿀, 야생화 꿀 중 어떤 향의 꿀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직접 딴 꿀은 상상 이상으로 맛있답니다!

댓글 쓰기

0 댓글

신고하기

프로필

이 블로그 검색

이미지alt태그 입력